개요
좋은 DAM을 들여도, 좋은 CRM을 들여도,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그런데 실제로 많은 시스템이 쓰이지 않아요. 큰 조직에서 도입 취지만큼 안착한 사례는 드물어요. 이건 사람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구조 때문이에요.
핵심 개념: 도구가 쓰이지 않는 세 가지 구조
| 구조 | 무슨 뜻인가 | 예시 |
|---|---|---|
| 비용과 이득의 주인이 다르다 | 입력하는 수고는 쓰는 사람이 지고, 이득은 다른 사람(분석팀, 나중의 누군가)이 가져간다 | 메타데이터 입력은 디자이너의 일, 검색의 이득은 마케터의 것 |
| 안 써도 아무 일이 없다 | 우회로가 살아 있으면 새 길은 죽는다 | 시스템에 안 올려도 메신저와 공유 드라이브로 자료가 돈다 |
| 정한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르다 | 자기가 정하지 않은 규칙은 외워지지 않는다 | 분류 체계를 본사가 정해 내려보낸다 |
조직의 크기에 따라 결과가 갈려요.
| 작은 조직 | 큰 조직 | |
|---|---|---|
| 정착을 만드는 힘 | 대표의 몰입. 대표가 직접 쓰고, 묻고, 안 쓰면 바로 보인다 | 결정한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르고, 안 써도 자기 손해가 아니다 |
| 결과 | 정착할 수 있다 | 직접 쓰는 사람만 쓴다. 취지의 일부만 남는다 |
도구가 정착하는지는 하나로 갈려요. 쓰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 큰 조직에서는 도입 취지의 전부를 기대하지 말고, 직접 쓰는 사람의 일이 줄어드는지를 봐요. 작은 조직이라면 솔루션보다 대표가 몰입할 수 있는지가 먼저예요.
어느 회사의 DAM 사용자 매뉴얼은 108쪽이었어요. 그중 26쪽이 로그인 안내였어요. 개인 계정과 회사 계정이 같은 이메일로 섞이면 로그인이 막히고, 그러면 브라우저 쿠키를 지워야 했고, 그 방법이 브라우저마다 한 쪽씩 있었어요. 파일 이름에 쓰면 안 되는 특수문자 목록, 누르면 자산이 잠기니 쓰지 말라는 버튼, 지우면 되살릴 수 없다는 빨간 경고도 있었어요.
매뉴얼이 두꺼워지는 것은 제품이 사용자의 실수를 막아 주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두꺼운 매뉴얼은 아무도 읽지 않아요. 첫 로그인에서 막힌 사람은 다시 공유 드라이브로 돌아가요. 우회로가 살아 있으니까요.
CRM도 같은 길을 걸어요. 큰 비용을 들인 분석 시스템을, 현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들어가 보지 않는 일은 흔해요.
가족 일정을 공유 캘린더로 관리하자고 정했는데, 결국 단체방에 “토요일 할머니 댁”이라고 쓰고 끝나요. 단체방이 더 편하니까요. 캘린더가 살아남으려면, 캘린더에 적은 사람이 득을 봐야 해요(알림이 오거나, 겹치는 약속을 막아 주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