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CRM이라는 이름은 1990년대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지만, 하는 일은 훨씬 오래됐어요. 장사가 있는 곳에는 늘 단골이 있었고, 단골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도구는 장부에서 컴퓨터로, 컴퓨터에서 인터넷과 AI로 바뀌었지만 기억하고, 이해하고, 돌려주는 일은 그대로예요.
왜 그때 생겼을까요
만들면 팔리던 시절에는 CRM이 필요 없었어요. 누구든 사 주니까 고객을 구분할 이유가 없었고, 떠난 고객 자리는 새 고객이 채웠어요.
그 시절이 끝나면서 CRM이 생겼어요. 시장이 가득 차고, 새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이 오르자, 있는 고객을 지키는 쪽이 새 고객을 찾는 것보다 싸졌어요. 그러려면 누가 남을 고객이고 누가 떠날 고객인지 알아야 했고, 그래서 고객을 세고, 나누고,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1990년대에 “CRM”이라는 이름이 널리 퍼진 것은 기술이 그때 생겨서가 아니라, 그때부터 고객이 귀해졌기 때문이에요.
관리는 풍요가 아니라 부족에서 태어나요. 자원이 모자라면 세고, 나누고, 다시 쓰게 돼요. 고객이 귀해지면 CRM이, 만든 자료가 귀해지면 자산 관리가, 사람의 시간이 귀해지면 자동화가 생겨요.
핵심 개념: 도구가 바뀌어 온 길
| 시기 | 도구 | 무엇이 달라졌나요 |
|---|---|---|
| 오래전부터 | 사람의 기억과 장부 | 동네 가게 주인이 단골의 이름과 취향을 기억하고, 외상 장부에 누가 무엇을 샀는지 적었어요. 손님이 수십 명일 때는 이것으로 충분했어요 |
| 우편 판매 시절 | 고객 명부와 우편 | 카탈로그를 우편으로 보내 팔던 회사들은 누구에게 보내야 주문이 오는지 따져야 했어요. “최근에 샀고, 자주 샀고, 많이 산 사람”에게 먼저 보내는 방식이 여기서 자랐어요. 나중에 RFM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돼요 |
| 1980년대 |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로열티 프로그램 | 컴퓨터로 고객 명부를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1981년 미국 항공사가 자주 타는 승객에게 마일리지를 쌓아 주는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이 방식이 여러 업종으로 퍼졌어요. 백화점의 회원 카드와 포인트도 같은 흐름이에요 |
| 1990년대 | CRM 소프트웨어 | 영업, 마케팅, 고객 상담에 흩어져 있던 고객 정보를 한 시스템에 모으는 소프트웨어가 나왔고, “CRM”이라는 이름이 이때 널리 쓰이기 시작했어요 |
| 1999년 이후 | 인터넷으로 쓰는 CRM | 회사 안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 브라우저로 쓰는 CRM 서비스가 나왔어요. 큰 회사가 아니어도 CRM을 쓸 수 있게 됐어요 |
| 2010년대 | 모바일, 빅데이터, 옴니채널 | 고객이 매장, 홈페이지, 앱을 오가며 남기는 기록을 하나로 묶어 보기 시작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험을 이어 주는 것을 옴니채널이라고 해요 |
| 2011년 이후 한국 | 개인정보 보호와 동의 | 2011년 개인정보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고객 정보를 모으고 쓰는 데 동의가 더 중요해졌어요. CRM이 볼 수 있는 고객과 볼 수 없는 고객이 나뉘어요 |
| 2020년대 | AI | AI가 고객 데이터를 읽고, 이탈할 것 같은 고객을 미리 알려 주고, 고객마다 다른 메시지를 써 줘요. 그래도 무엇을 건넬지 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에요 |
한 줄로 보면
장부 → 데이터베이스 → CRM 소프트웨어 → 인터넷 → 빅데이터 → AI
도구는 계속 바뀌었고, 단골을 기억하는 일은 그대로예요.
백화점에서도 같은 길을 걸었어요. 처음에는 매장 직원이 단골 손님의 이름과 사이즈를 수첩에 적었어요. 회원 카드가 생기면서 구매 기록이 전산에 남기 시작했고, 그 기록을 모아 보는 CRM 시스템이 생겼어요. 지금은 앱과 온라인몰의 기록까지 한데 모아요.
그런데 손님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전히 수첩 시절의 경험이에요. 직원이 내 이름을 불러 주고, 지난번에 산 옷을 기억해 주는 것.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CRM의 목표는 그 경험을 수만 명에게 돌려주는 거예요.
할머니의 전화번호 수첩, 엄마의 휴대폰 연락처, 지금 우리의 메신저 친구 목록. 도구는 바뀌었지만 “누구에게 언제 연락할까”를 정하는 건 늘 사람이에요.